들어가기 앞서
평생교육학과를 복수 전공하면서 한 학기 동안 노인과 관련해서 많이 배웠습니다.(재수강 포함하면 1년^_^) 실제로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어서, 어르신들의 삶에 대해 비교적 깊은 이해가 있다고 믿습니다. 한편 모든 산업군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이런 문명의 발전 속 소외된 계층이 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신체적·심리적 특성으로 인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노인"이 있습니다. 오늘은 저희 할머니와 쇼핑 앱인 쿠팡을 사용했을 때 불편했던 점들에 관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할 것입니다.
노화가 진행된 삶
노인을 구분하는 생활연령은 각 나라마다 그리고 각 규정마다 다릅니다. 실제로 2015년 UN이 새롭게 내세운 기준으로는 80세 이상부터 노년이라고 지칭합니다. 오늘 제가 사용할 기준은 노인에 집중하기보다 노화에 초점을 맞춰 56세 이상으로 정하겠습니다. 노화의 대표적인 특성 중 오늘 분석할 특성은 2가지입니다. 첫째, 오랫동안 정착된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을 싫어합니다. 노화가 진행된 사람들은 친숙한 물건들과 생활 방식을 유지하고 싶어하죠. 둘째, 노화가 시작되면 세포 또한 늙어가는데, 뼈와 근육이 위축되고 시력이 감퇴됩니다.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도 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생필품 구매입니다. 항상 사용하던 물건을 쓰고 싶어, 다른 것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식료품은 일회성 물품이니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이때 근육이 위축되어 먼 거리의 장소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오기 버거워 합니다. 그래서 간편하게 주문하면 집 앞까지 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이 중년 이상에게도 많이 사용됩니다.
노화의 특성 | 쿠팡의 해결책 |
변화를 싫어함 (새로운 물건 사용 x) | 매일 먹어야 하는 식료품 판매 |
근육이 위축 | 집 앞까지 배송하는 서비스 |
시력 저하 | ??? |
쿠팡의 장년층+ 고객
2021년 11월에 시행된 조사에 따르면 전 세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쇼핑 앱은 쿠팡이었습니다. 지난 한 달간 무려 2,420만 명이 사용했습니다. 비슷한 시기(2021년 8월)에 시행된 조사에서는 50대 이상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쇼핑 앱은 역시 쿠팡으로 643만 명의 MAU를 보였습니다. 시기는 다르지만 약 37.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쿠팡 모바일 앱의 메인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중년+에게 맞춰진 UI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력이 저하된 그들에게 최소 10px부터 최대 16px의 폰트만을 제공합니다. 더 나아가 65세 이상인 노인은 생필품이 아닌 이상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즉, 정해진 물품만 사고 경로를 마무리 지을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홈페이지는 검색을 할 수 있는 공란이 최상단과 하단에 탭 형태로 있으며, 카테고리가 중앙에서 제일 눈에 띕니다. 어차피 사용하지 않으면 카테고리가 무의미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배경
앞서 말한 특징들을 종합해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워봅니다. 또한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 노화가 시작된 56세 이상 쿠팡 앱 사용자를 응답 대상자로 설정합니다.
배경: 전 세대의 가장 많이 사용되는 쇼핑 앱인 쿠팡이 모두에게 user-friendly한지 의문이 생겼다.
목적: 디지털이 친숙하지 않는 세대들도 쿠팡이 제공하는 정보/기능을 사용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가설: 56세 이상인 사람들은 쿠팡 모바일 앱 홈페이지의 UI가 불편할 것이다.
응답 대상자: 노화가 진행된 56세 이상인 사람, 최근 한 달 안에 쿠팡을 통해 식료품을 구매한 사람
인터뷰 설계
실제 인터뷰를 진행하면 수많은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항목마다 대표 질문을 설정해두고, 이어지는 follow-up 질문들은 실시간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만약, 제 가설이 틀렸을 경우도 대비해야 하지만 오늘은 짧게 기본 분석만 하는 것이니 거기까진 진행하지 않겠습니다. 설계 목표는 총 26분 동안 다음과 같은 고객 데이터를 발굴하는 것입니다.
Welcome
항목 | 질문 | 예상 시간 | |
1 | 인사 | 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를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1분 |
2 | 목적 전달 | 오늘의 인터뷰는 장년층 이상의 사람이 쇼핑 앱인 쿠팡을 쓰면서 불편한 점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진행합니다. 대답해주신 내용은 추후에 쿠팡을 개선하는데 사용될 예정입니다. |
Collect Demographics
항목 | 질문 | 예상 시간 | |
3 | 연령 | 할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2분 |
4 | 지역 | 어디에서 사세요? | |
5 | 직업 | 할머니는 평소에 어떤 일을 주로 하세요? | |
6 | 노화 진행도 | 할머니는 젊었을 때랑 비교해서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게 있었나요? | 2분 |
Tell a Story
항목 | 질문 | 예상 시간 | |
7 | 문제 해결/ 불만 사항 |
할머니는 쿠팡을 일주일에 얼마나 자주 들어가세요? 주로 어떨 때 쿠팡을 사용하시나요? 그 중에서 실제로 구입하는 건 얼마나 하세요? 할머니는 쿠팡을 켰을 때부터, 물건을 찾고, 물건을 사고, 물건을 받으면서 불편한 게 있었나요? |
5분 |
Problem Ranking
항목 | 질문 | 예상 시간 | |
8 | 우선 순위 | 할머니는 ~~~이 불편하시다고 했는데, 어떤 게 제일 답답했어요? 왜 그랬나요? |
3분 |
Explore Customer's Worldview
항목 | 질문 | 예상 시간 | |
9 | 문제 상황 파악 | 그럼 할머니는 쿠팡을 사용할 때 ~~한 문제를 자주 겪으시는 건가요? 어떨 때 그런 일이 생기나요? |
5분 |
10 | 대안재 여부 | 장볼 때 쿠팡 말고 사용하거나 가는 곳이 있나요? | 2분 |
11 | 대안재의 문제 | ~~은 장보기 시작할 때, 장볼 때, 계산할 때 힘들었던 것은 없나요? | 2분 |
Wrapping Up
항목 | 질문 | 예상 시간 | |
13 | 마무리 | 오늘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의 의견을 소중히 저희 쿠팡 팀한테 전달해 할머니가 쿠팡을 사용하는데 불편함을 없애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1분 |
인터뷰 진행
Welcome
항목 | 질문 | 답변 | |
1 | 인사 | 안녕하세요? | - |
2 | 목적 전달 | 오늘의 인터뷰는 장년층 이상의 사람이 쇼핑 앱인 쿠팡을 쓰면서 불편한 점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진행합니다. 대답해주신 내용은 추후에 쿠팡을 개선하는데 사용될 예정입니다. | - |
Collect Demographics
항목 | 질문 | 답변 | |
3 | 연령 | 할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79살입니다. |
4 | 지역 | 어디에서 사세요? | 마포구에 살고 있어요. |
5 | 직업 | 할머니는 평소에 어떤 일을 주로 하세요? | 평소에 집에서 쉬면서 지내고 있어요. |
6 | 노화 진행도 | - 할머니는 젊었을 때랑 비교해서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게 있었나요? - 할머니 몸 아픈 건 없나요? |
- 예전에 비해 많이 깜박거려요. - 허리랑 다리가 아파요. |
Tell a Story
항목 | 질문 | 답변 | |
7 | 문제 해결 불만 사항 |
- 할머니는 쿠팡을 일주일에 얼마나 자주 들어가세요? - 그 중에서 실제로 구입하는 건 얼마나 하세요? - 주로 어떤 걸 많이 구입하세요? - 생필품이 왜 잘 안 보여요? - 할머니는 쿠팡을 켰을 때부터, 물건을 찾고, 물건을 사고, 물건을 받으면서 불편한 게 있었나요? |
- 평소에 할 게 없으니깐 심심해서 자주 들어가요. -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을 때 사는 것 같아요. - 주로 생필품을 많이 사는 것 같아요. 근데 생필품이 잘 안 보여서 구경하다가 끄곤 해요. - 글씨도 작고 뭐가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요. - 일단 뭐가 많아서 아무거나 막 눌러보면서 찾는 데 잘 안 보여요. 그리고 물건을 찾아내도 대부분 영어 단어가 많아서 이해가 잘 안돼요. |
Problem Ranking
항목 | 질문 | 답변 | |
9 | 우선 순위 | - 할머니 그럼 글씨가 작은 거, 화면에 너무 많은 버튼이 있는 거, 영어로 설명이 있는 게 가장 답답한 거네요. 그 중 어떤 게 제일 불편해요? - 그럼 화장품을 찾으러 가는 건까지 가능한 건가요? - 버튼이 많아서 헷갈린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 그럼 할머니는 어떤 게 제일 불편하세요? |
- 영어로 되어있는 게 불편해요. 젊은 사람들이야 뭔지 알겠지만 우리는 뭔지 몰라요. 제가 화장품을 찾으면 다 영어로 되어 있어요? - 네, 문제가 없어요. - 네, 맞아요. 간편하지 않아서 잘 안 보여요. - 물건을 찾아도 제대로 볼 수 없어서 불편해요. |
Explore Customer's Worldview
항목 | 질문 | 답변 | |
10 | 문제상황 파악 | 할머니는 평소에 쿠팡을 쓸 때 잘 보여서 원하는 물건을 못산 적이 자주 있나요? | 자주는 아니지만 심심해서 들어가도 다 영어고, 내가 잘못 눌러서 이상한 거 나오면 그냥 나와요. |
11 | 대안재 여부 | 할머니는 장볼 때 주로 어딜 가거나, 사용해요? | 마트도 가고 시장도 가요. |
12 | 대안재의 문제 | 할머니는 마트나 시장을 갈 때, 물건을 구경할 때, 그리고 계산할 때 불편했던 적은 없나요? | 없어요. 가격도 잘 나오고 물건도 볼 수 있고. 아, 집으로 들고 갈 때 힘들네요. |
13 | 대안재의 부재 | 그럼 자주 가던 시장이나 마트가 없어진다면 쿠팡을 더 자주 쓸 것 같나요? | 더 자주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요. 심심할 때 들어가도 물건을 볼 수 없어요. |
Wrapping Up
항목 | 질문 | 답변 | |
14 | 마무리 | 오늘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의 의견을 소중히 저희 쿠팡 팀한테 전달해 할머니가 쿠팡을 사용하는데 불편함을 없애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총 소요 시간: 16분
Conclusion
역시 설계와 실전은 정말 달랐습니다. 일단 제가 원하는 대답을 듣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또한 표면적인 대답 속 그 핵심을 찾기 위해서는 why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 속 고객이 정말로 불편해하는 핵심 문제가 무엇인지 찾는 게 PM의 역량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할 때 대상자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놓쳤습니다. 실제로 저희 할머니께서는 녹음을 하니, 멋진 대답을 하려고 노력하셨고 긴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질문을 사전에 설계해야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Problem Ranking에서 어쩌다보니 문제의 실마리가 보여서 더 깊게 질문을 했습니다. 사실 여기서 물어봤던 질문들은 그전에 끝냈어야 했지만, 일단 진행했습니다. 할머니의 대답들 속에서 처음에는 영어가 문제다 라고 했지만, 다양한 기능이 있어서 잘 모르겠다는 것 그리고 경쟁사와 비교하면서 가격이 안 보인다, 물건을 실제로 볼 수 없어서 믿을 수 없다를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종합하면 쿠팡은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인사이트가 나옵니다.(제공하지만 고객이 보지 못하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처음 설정했던 "56세 이상인 사람들은 쿠팡 모바일 앱 홈페이지의 UI가 불편할 것이다." 가설이 검증되었다 생각이 듭니다. 즉, 간편한 UI로 핵심 정보만 보여주면서 실제 사용자의 사진 후기를 보이도록 배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저는 이 인사이트를 활용해 쿠팡의 사용자 중 30%가 넘는 장년+ 고객을 위해 "큰 글자로 보기" 모드를 추가하는 UI/UX를 제안합니다. 어르신용이라는 문구를 직접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실제로 쿠팡의 UI가 복잡한 어르신이 아닌 고객들은 붙잡을 수 없으니, 보편적인 쉬운 이미지를 형성하는 "큰 글자로 보기" 모드를 추천합니다. 즉, 해당 버전은 실제로 큰 글자 말고도, 한국어로 된 설명, 큰 가격, 사진 후기를 상단 배치 등 페르소나에 적합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는 곧 쿠팡의 매출로 연결될 것입니다.
My Comment
전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 테스트를 위해 체험단과 인터뷰를 진행한 적 있습니다. 당시 제 인터뷰가 인사이트를 도출하기에 얼마나 부족했는지 많이 느껴지는 활동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지인이 아닌 사람과 인터뷰를 제대로 설계해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p.s. 할머니 늦은 시간에 깨워서 미아내,,,ㅜ____ㅜ 어차피 이거 못 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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